자운영1 조회 940 09.08.10 09:52 http://cafe.daum.net/cancer94/SOR/2602
누군가 살를 베고 피를 말리고 뼈를 깍는 아픔를 느낀다고 합니다
과연 그런 아픔를 느껴 보았를까요
정말 그런 큰 아픔를 느껴 보았를까요
저는 감히 그런 커다란 아픔를 느껴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픔를 느끼는 환자 곁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의 집사람이 너무도 큰 고통를 이겨내며 생명의 끈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보름달처럼 둥근 얼굴에 넉넉한 몸집으로
모든걸 수용하고 흡입하는 마음으로
우리가족를 돌보았던 그런 사람이
바뀌어도 너무 가혹하리 만치 바뀌었습니다
우린 정말 남들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거리낌이 없는 삶를 살았다고 자신하는데
왜 이리도 혹독한 아픔과 고통를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데려 가실려거든 ....
정말 데려가실려거든....
고통이나 없이 데려가시지....
이렇게 참담하게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건 ....
이건 너무하는거 아닙니까...
혹자는 이런말로 위로를 하더군요
교통사고는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지니
그런것 보다는 암환자들이 더 행복한거 아니냐고...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얼마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준비도 예고도 없이 이별하는거 보다는
얼마나 행복하고 준비된 마지막를 맞이할수있으니
가족과 주위에 충격이 더 적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순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암환자의 모습이 너무도 처참하고 무기력하고 가혹한것같습니다
얼굴은 눈빛만 남은채 검게 변하고
살은 모두 도려낸듯 보이지 않고
주사바늘 꼽를 피줄 마져 보이지 않습니다
올챙이배 모양 복수찬 가련한 배
장루 관리를 남편에게 맞길때 차마 눈뜨지 못하고 감아버린 서글픈 얼굴
혼자 일어나지도 못하는 지쳐버린 육신를 이끌고
과연 저사람은 무슨생각를 하고 있를까 ....
남편인 나는 무었를 어찌 해야할까...
내가 너무 나만를 위한 욕심를 부리지는 않았를까,,,
나와 자식들를 위해서 ...
남은 자를 위해서 ...
생과 사를 넘나드는 힘겨운 아내에게 오래 살아주기를 바라는 건 또다른 욕심이 아닌지...
그저 끈하나만 놓으면 편안할수도 있를텐데
내가... 나를 위한 욕심은 아닌지...
너무도 힘든 아내를 지켜보는 마음이 안타깝고 헤아릴수 없는 생각들이 나를 흔듭니다
카페에 00님, ** 님같은 지극 정성이면 살릴수도 있를텐데라는
생각를 하면 내자신이 초라해지기도 합니다
지금도 집사람에게 죽한숫갈 물한모금 더먹이고 싶은게 내마음인데
본인은 한숫갈 한모금 더 먹는게 고역 인가봅니다
난 어떻게 하는게 맞는건지....
살기를 바라는 애타는 마음뿐이지 무얼 어찌해야할지 몰라
가슴속만 훵합니다
구십구프로의 절망속에 일프로의 기적이있다면
그런 기적이 있다면
우리에게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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